[디 애슬레틱] 안녕 누녜스, 리버풀 팬들이 정말 정말 성공하길 바랐던 스트라이커

멋진 골과 황당한 실축. 리버풀을 위해 3년 동안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싸웠던 다윈 누녜스는 이제 안필드를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 전체와도 작별을 고하고 있다.
26세의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힐랄과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두 클럽은 5,300만 유로에 추가 옵션이 포함된 이적 합의를 마친 상태다. 이로써 누녜스는 스트라이커로서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점에 유럽을 떠나게 된다. 그는 리버풀에서 143경기에 출전해 40골 23도움을 기록했다.
누녜스는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주는 선수였지만 그 즐거움이 항상 리버풀 팬들만의 몫은 아니었다.
그의 경기는 보통 공을 헛차면서 시작되곤 했다. 그리고 나면 특유의 응원가(혹은 조롱가)가 터져 나왔다. “X같은 앤디 캐롤, 넌 그냥 X같은 앤디 캐롤일 뿐이야!(Sxxx Andy Carroll, you’re just a sxxx Andy Carroll!)”
리버풀 초기 시절, 언어 장벽으로 인한 누녜스의 고충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이 응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가 안필드에서 원정 팬들에게, 혹은 리버풀이 원정경기를 치를 때 전 경기장 사면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 가사는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듯했다.
2023년 11월, 카라바오컵에서 본머스와의 경기 당시, 누녜스는 리버풀에서의 두 번째 시즌 중 61분에 교체 투입되었다. 그 순간, 본머스 홈팬들은 그 조롱가를 합창하며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9분 뒤 폭풍 키아란의 비바람이 좁은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을 옆으로 휘몰아치던 그 경기에서, 누녜스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감아 찬 슛으로 상단 구석을 갈랐고, 그 골은 복수의 결승골이 되었다.
2023년 본머스전에서 ‘복수의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누녜스
본머스 팬들이 그를 조롱한 첫 번째도, 마지막도 아니었다. 다윈 누녜스를 자극하는 조롱은 종종 그의 최고의 활약을 끌어냈고, 욕설은 복수의 골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누네스! 누네스! 누네스!” 이는 리버풀 팬들의 응답이었다. 그는 자기 성 이상 길게 이어지는 응원가는 받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 이름조차 늘 잘못 발음되었다. 정확한 발음은 ‘눈예스(Noon-yez)’이지 ‘누네스(Noonez)’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응원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의 이름이 그렇게 처음 외쳐졌던 건, 2022-23 시즌 시작을 알리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었을 때였다. 누녜스와 팬들은 그 순간부터 유대감을 형성했고, 팬들은 이름을 외치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곤 했다.
하지만 리버풀 팬들이 아직 몰랐다면 곧 알게 되었을 사실이 있었다. 같은 해 여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동료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선수였다는 것이다.
그해 8월 두 팀의 맞대결에서 누녜스는 득점하고 홀란은 침묵하면서, 첫 대결은 누녜스 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홀란의 이름이 비교 대상에 오르자마자, 누녜스는 곧 주도권을 내줬다.
누녜스가 포르투갈의 벤피카에서 8,500만 파운드에 리버풀로 이적한 건 2022년 6월이었다. 그로부터 3주 전, 리버풀은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던 시즌을 마무리한 참이었다. 누녜스는 이적하자마자 홀란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기존 경쟁 구도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하위 라이벌 구도로 여겨졌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펩 과르디올라의 시티 왕조를 무너뜨릴 참신한 해법을 계속해서 찾던 시기였다. 하지만 누녜스는 완성된 형태로 잉글랜드에 입성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를 데려오기 위해 열성적으로 나섰던 클롭은, 막상 누녜스가 마지막 마무리 능력을 끌어내지 못할 때마다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곤 했다.
누녜스의 기복 있는 활약은 지켜보는 입장에서 꽤 피로감을 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늘 그 다음 마법 같은 한 순간을 기대하며 그를 믿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어떤 형태로든 찾아오면, 팬들은 열광하며 그를 예찬했다.
누녜스는 어느 날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허를 찌르는 백힐 골을 넣는 선수였다. 하지만 또 다른 날에는 수비수를 뚫고 골키퍼까지 제친 뒤, 눈앞에 텅 빈 골문이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툴루즈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와 같이 슛을 골대에 맞히는 모습도 보여줬다.
당시에는 라이언 흐라벤베르흐가 튀어나온 공을 골로 연결하며 그의 실수를 덮어줬지만, 누녜스는 이미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자신을 조롱하려 대기 중이던 수많은 소셜미디어 트롤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비난은 가혹했고, 결국 그는 SNS 사용을 아예 중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끈질겼고, 매번 다시 일어서는 인상적인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큰 기회를 놓친 장면들로 기억할 것이다. 첫 시즌 챔피언스리그 아약스전에서는 5야드 거리에서 골대를 맞혔고, 루턴 타운과의 경기에서는 더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위로 걷어올려 크로스바를 넘기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2022-23 시즌 이후 누녜스의 페널티킥 제외 전체 슛 분포 (원이 커질수록 빅찬스)
많은 리버풀 팬들에게 다윈 누녜스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클롭 감독의 마지막 시즌, 리버풀이 카라바오컵 결승에서 우승했을 당시 그는 부상으로 결장 중이었지만, 경기 종료 직후 누구보다 빠르게 그라운드로 뛰어든 선수였다.
리버풀은 오랫동안 “This means more”라는 슬로건으로 경쟁 팬들에게 조롱받아 왔다. 하지만 누녜스가 골을 넣을 때 그것은 단지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든 것이었다. 클럽의 모든 팬들은 그가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정점에 이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누녜스가 골 세리머니 도중 광고판을 박살낼 정도의 열정을 보여줄 때, 팬들 역시 같은 감정을 함께 폭발시켰다.
그는 매번 골을 넣은 뒤 손목에 입을 맞췄다. 이는 리버풀의 또 다른 우루과이 출신 스트라이커였던 루이스 수아레스와 닮은 모습이었다. 누녜스가 입단했을 당시, 많은 기대가 있었다. 수아레스는 2011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세 시즌 반 동안 133경기에서 82골을 넣은 전설적인 선수였기에, 누녜스 역시 그와 같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완벽한 출발을 보여주었다.
커뮤니티 실드 우승 일주일 후, 누녜스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벤치에서 나와 교체 출전하며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어 모하메드 살라의 골을 도우며 2-2 무승부를 이끈 풀럼전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 다음 주, 안필드에서 열린 홈 리그 데뷔전에서 그는 수아레스를 ‘잘못된 방식’으로 재현하고 말았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수비수 요아킴 안데르센에게 헤딩으로 들이받으며 퇴장을 당했고, 리버풀은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아마도 이 두 경기(한 경기에서 골과 도움, 다음 경기에서 퇴장)이 그를 가장 잘 요약해 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진화’라는 단어는 다윈이라는 이름과 함께 쓰이며 너무 남용된 표현이 되었지만, 결국 리버풀은 클롭의 후임 아르네 슬롯 체제 아래 그 없이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다. 지난 시즌 그는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수(8개)와 옐로카드 수(8장)가 같았다. 이 중 선발 출전은 단 8경기였으며, 마지막 선발 경기는 3월 8일 사우스햄튼과의 홈 경기였다.
누녜스의 경기를 보는 것은 일종의 ‘경기 속의 경기’였다. 특히 그가 오프사이드 트랩 타이밍을 잡는 장면을 보며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보다 더 자주 오프사이드에 걸린 선수는 에버튼의 도미닉 칼버트-르윈(70회)뿐이었고, 누녜스는 총 62회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그리고 비록 리버풀 팬들이 그에 대해 뭔가 부족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누녜스는 몇몇 잊지 못할 명장면들을 선사했다.
2023년 8월 뉴캐슬전에서 추가 시간에 넣은 두 골은, 같은 방식의 마무리로 대역전승을 이끌며 남미 출신 스트라이커로서 최고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2024년 4월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골키퍼 이보 그르비치를 압박하다가 엉덩이에 맞고 들어간 골로, 그의 헝그리 정신을 드러냈다. 1월 브렌트포드 원정에서는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견인해, 리버풀의 20번째 리그 우승 도전 여정에 큰 힘을 보탰다.
사실 그는 경기 마지막 15분 구간에서만도 9골 9도움을 기록해, 그 외 어떤 동일 시간 구간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그는 말 그대로 ‘주사위 한 번 던져볼’ 유형의 선수였지만, 이제 클럽은 더 이상 그 주사위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매각한 자금으로 리버풀이 뉴캐슬의 최다득점자 알렉산데르 이삭 영입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는 누녜스가 남긴 위대한 작별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누녜스는 이번 프리시즌에서 5골을 기록했고, 그 중 마지막 골은 월요일 아틀레틱 클루브와의 4-1 승리 경기에서 콥 엔드 앞에서 넣었다. 그는 유니폼의 클럽 엠블럼에 손을 대며 레드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세리머니를 했다. 이전의 포니테일을 자르고 민머리로 스타일을 바꾼 그는, 여전히 플레어를 유지하며 하비 엘리엇의 골도 어시스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