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나라][단독인터뷰] 조규성 "진통제 맞으며 잠 설쳐도 국가대표 꿈은 계속 꿨다"

“몸무게가 14㎏이나 줄었고, 근육도 다 빠졌다. 해골처럼 거의 뼈만 남았었다. 그 모습은 저도 보기 싫더라.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고,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지난해 5월 무릎을 수술했다. 쉽게 완치할 줄 알았는데 재활 도중 합병증이 생겼다. 주사기로 무릎에 찬 물을 빼면서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재수술 후 한 달간 병원에 누워 있었다. 진통제를 맞아도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원망하지 않는다. 내 운명이구나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2024~25시즌을 통째로 날린 조규성은 지난 8월 17일 복귀전을 치렀다. 1년 3개월, 날짜로는 448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493일 만에 복귀골도 터트렸다. 새로 만든 근육질 몸은 처절했던 그의 노력을 보여주는 증표다. 그는 “다시 살을 찌우고 근육을 키우는 것부터 차근차근했다. 1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인드였다”며 “특히 가족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23년으로 시간을 되돌려 미트윌란이 아니라 셀틱(스코틀랜드)으로 갔더라면 운명이 달랐을까. 그는 “내가 선택한 일은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조규성이 태극전사로서 기록한 마지막 골은 지난해 1월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넣은 ‘극장골’이다. 마지막 대표팀 소집이 지난해 3월이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규성은 우리 스쿼드 안에 들어갈 중요한 선수고 대표팀에 오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소집하겠지만, 시점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아직 장거리 비행이 무릎에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10월 소집 명단에서 빠진 직후 그는 리그 경기에서 몸을 날린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최근 5경기 3골. 지난 3일에는 유럽 클럽대항전(유로파리그 노팅엄전) 원정 경기에도 선발 출전했다.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조규성은 “홍 감독님 인터뷰를 보며 ‘더 잘 준비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대표팀 경기는 매번 챙겨봤다. 국가대표는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껏 항상 원하고 꿈꾸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대표팀도 사실 그가 필요하다. 현재 오현규(헹크)를 빼면 스트라이커 기근 상황이다. 그는 공중볼 경합에 탁월하고, 이강인(PSG)과의 호흡도 좋다. 대표팀은 당장 다음 달 평가전을 위해 소집한다. 운명일까. 상대가 그가 월드컵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넣었던 가나다. 가나전 연속 헤딩골로 ‘황금 머리’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2년 전,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탁구를 할 때도 ‘끝까지 하면 내가 다 이긴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뭐든 끝까지 가면 결국 내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축구 인생을 대변하는 말이 어쩌면 카타르월드컵 당시의 유행어인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일지 모르겠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 번 더 ‘중꺾마’를 볼 수 있을까. 그는 “월드컵은 항상 꿈꾸는 무대다. 다시 한번 그 무대를 위해 더 발전하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