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만 해도 라힘 스털링은 유로 2020 결승 진출 과정에서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다음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늘었고, 네 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결국 첼시로 매각됐다. 이는 새로운 구단주 체제의 첫 대형 영입이었다. 하지만 이 이적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올해로 30세가 된 스털링은 첼시에서 사실상 ‘추방된’ 상태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계약에 남아 있는 3,000만 파운드의 임금 문제가 교착 상태의 핵심 요인이다.

스털링은 2022년 주급 32만5,000파운드에 달하는 5년 계약에 서명했고, 어린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했다. 5,000만 파운드에 성사된 이 이적은 당시 구단주 토드 보엘리가 직접 스포츠 디렉터 역할을 맡아 클리얼레이크 캐피털과 함께 보여준 강력한 의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스털링에게 문제가 된 것은, 당시 그의 영입을 주도한 인물들이 이제는 더 이상 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엘리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에 더해, 스털링 영입 당시 팀을 지휘했던 감독은 토마스 투헬이었다. 이후 그라함 포터, 프랭크 램파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차례로 부임하며 스털링은 첼시에서 첫 두 시즌 동안 81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었지만, 팀은 각각 리그 12위와 6위로 마쳤다. 그러나 계약 2년 차에 들어서 첼시는 새 감독 엔초 마레스카가 스털링을 구상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그의 1군 역할을 끝냈다.

스털링은 그 이후 첼시에서 뛰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아스날로 임대돼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첼시와 스털링이 계약에 남아 있는 3,000만 파운드에 대한 합의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가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은 내년 1월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첼시는 거액을 지불하는 데 소극적이고, 스털링 역시 구단이 손쉽게 계약에서 벗어나도록 내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양측의 입장이 모두 어느 정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당분간 스털링은 액셀 디사시, 다비드 다트로 포파나와 함께 첼시의 ‘폭탄 스쿼드’에 남게 된다. 그는 A매치 휴식기 이후 첼시에서의 추방자 신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첼시의 ‘폭탄 스쿼드’ 생활은 결코 호화롭지 않다. 1군 시설 이용이 제한된 가운데, 외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개월간 스털링을 따라다닌 불확실성과 어려움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스털링처럼 명망 있는 선수가 새 팀을 찾지 못했을까?

재정적 요인이 분명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스털링의 이적을 위해 알맞은 구단과 재정 패키지를 찾아내는 것이 첼시의 몫인지, 아니면 스털링이 자신이 받을 돈을 포기하고서라도 1군 무대에서 뛰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스털링이 첼시에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단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털링을 내보내려는 의지가 뚜렷했던 만큼 첼시가 그에게 기회를 제시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