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나라][디 애슬레틱] 카를로스 비센스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존재”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SC 브라가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비센스 감독
2012년, 29세의 카를로스 비센스는 마요르카 지역 리그에서 연이어 팀을 승격시켰지만, 아직 프로 축구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한 무명 감독이었다.
고등학교 경제 교사라는 본업에 더해 부업으로 하던 감독직을 전업으로 삼고 싶다면, 그는 안주하던 곳을 떠나야만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다른 문화, 더 넓은 시야를 받아들여야 할 때였다.
그를 부른 곳은 빌바오였다.
그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아틀레틱 클루브에 이식한 강도 높은 축구에 매료됐다. 그 축구는 당시 유럽을 호령하던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유로파리그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압도했으며, 아틀레틱을 코파 델 레이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비엘사는 두 번의 결승에서 모두 패배의 쓴잔을 마셨지만, 수많은 추종자를 얻었다. 비센스가 그중 한 명이었고, 펩 과르디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센스는 '광인(狂人)'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명장의 지도 방식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싶었다. 비엘사가 훈련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엘리트 축구를 엿볼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바르셀로나 팬이었던 아버지 후안과 함께 빌바오로 향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자신의 미드필더 영웅을 보여주기 위해 그를 캄 노우로 데려가곤 했다. 그 영웅이 바로, 펩 과르디올라였다.
비센스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비엘사 감독에게 존경심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그의 코칭스태프 중 한 명에게서 이메일 답장이 왔다. 원격으로 전술 분석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 "라리가의 와이드 앵글 영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실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축구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나만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과정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비센스는 SC 브라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빅리그에서의 첫 감독직이다. 비엘사 감독을 지켜봤던 그날 오후가 그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계기였고, 유년 시절 우상이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을 맨체스터 시티에서 코치로 보좌하는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미켈 아르테타와 엔초 마레스카의 뒤를 이어 과르디올라 사단에서 독립해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었다.
맨시티 훈련을 지켜보는 카를로스 비센스, 엔초 마레스카,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로돌포 보렐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6년간 코치로, 마요르카 연고의 요스테네세에서 1년간 수석코치로 경험을 쌓은 비센스는 2013년 바르셀로나에서 맨체스터로 이적한 유소년 코치 엔리크 바예 에히도의 추천으로 맨시티에서 연수 기회를 얻게 된다. 제이슨 윌콕스, 치키 베히리스타인과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U-12 팀의 정식 코치로 임명되었다. 구단이 그의 역량이 프로 레벨에 걸맞다는 것을 알아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U-18 팀에서 3년(수석코치 2년, 감독 1년)을 보낸 후, 2021년 여름 브라이언 키드가 팀을 떠나고 세트피스 코치였던 니코 조버가 아르테타를 따라 아스날로 향하면서 1군 팀에 기회가 찾아왔다.
아무도 세트피스 전담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맨시티는 일반적인 코치 역할과 더불어 이 임무까지 수행할 사람, 즉 1인 2역을 해줄 인물을 찾고 있었다. 비센스는 세트피스를 전문적으로 다뤄본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뛰어들었다. 여름 내내 밤늦도록 코너킥과 프리킥 영상을 분석하며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매달렸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새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비센스는 레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를 앞두고 1군 선수단 전체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펩 감독까지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무 말 없이도 가장 큰 압박감을 느끼게 한 장본인이었다.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센스는 "회의가 끝난 후, 코치 중 한 명이 다가와 프레젠테이션을 칭찬했다. 그들은 훈련장에서의 내 모습만 봤기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하부리그에서라도 1군을 경험해봤다면 알겠지만, 결국 나를 바라보는 건 20여 명의 선수들이다. 상대가 세계적인 선수들이라고 해서 그 본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센스의 합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맨시티는 그의 첫 시즌,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려 21골을 득점하고 단 1골만을 실점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상황을 읽는' 쪽을 택했다. 전임자였던 조버와 아르테타가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팀을 만들어나갔다.
비센스는 "부임 초반, 센터백들에게 '내가 여러분에게 코너킥 수비법을 가르치지는 않겠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수비를 경험한 선수들인데 무엇을 가르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나는 그저 내 생각과 내가 파악한 디테일을 공유할 뿐이다. 실점한 뒤 후회하지 않도록 함께 발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비센스는 "우리는 맨시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감독의 선수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요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고, 공을 소유했을 때와 아닐 때 모두 신경 써야 할 지시 사항들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의 머리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넣을지 신중해야 한다. 과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맨시티는 약속된 세트피스 전술을 위한 신호를 사용했다. 한 손, 두 손, 혹은 손을 쓰지 않는 방식이었다. 비센스는 다음 상대를 위해 선택한 특정 전술들을 다시 숙지하는 데 10분에서 15분 정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신호는 상황을 단순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러한 단순화는 필수적이었다. 경기 중 코너킥 상황이 되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으거나, 선수들끼리 전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데 그 시간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비센스는 매 시즌 세트피스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줬고, 특히 196cm의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이라는 또 다른 제공권 강자를 활용하며 이득을 봤다.
하지만 2022년 당시 맨시티는 신체적으로 훨씬 작은 팀이었고,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스포르팅 CP는 압도적인 신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비센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내보내는 선수단의 신장을 고려하면 직접 득점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하지만 세컨드볼에서 득점 기회가 올 것이니, 그것에 집중해서 공격하자'고 주문했다. 실제로 베르나르두 실바가 세컨드볼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맞고 들어가는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그냥 밖으로 나갈 수도 있는 공이었지만, 펩 감독이 정말 기뻐하며 나를 안아줬다"고 덧붙였다.
비센스가 고안해낸 가장 기억에 남는 세트피스는 2024년 3월 안필드에서 터진 존 스톤스의 골이었다. 그는 리버풀의 니어 포스트 수비 대형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했다. 네이선 아케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를 막아서는 역할을 맡아 스톤스가 공격할 공간을 열어주는 전술이었다.
비센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 전날, 케빈(더 브라위너)이 사타구니에 불편함을 느껴 날씨까지 좋지 않았던 탓에 실내에서 10분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대신 훌리안 알바레스가 킥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연습도 없이 실전에 나선 케빈이 믿을 수 없는 크로스를 올렸고, 우리는 득점에 성공했다. 얼마 전 라리가 하이라이트를 보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훌리안의 킥으로 똑같은 골을 넣더라. 그에게 '저작권료'라도 청구해야겠다"며 웃었다.
그가 맨시티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데에는 후안마 리요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 리요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멕시코 도라도스에서 선수 생활 마지막 해를 보낼 때 그를 지도했던 오랜 인연이다.
리요는 비센스와 같은 프로 라이선스 과정을 수강한 인연으로, 2016년 자신이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수석코치로 있던 세비야로 그를 일주일간 초대해 훈련을 참관하게 했다.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것이 리요의 엄격한 지시였고, 두 사람은 그 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비센스는 세비야가 컵 대회에서 자신이 속한 리그의 팀과 맞붙게 되자, 직접 제작한 비디오 분석 자료를 공유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센스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그는 훈련 세션을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핵심 측근들만 참석하는 전술 회의에도 참여하게 됐다. 비센스는 "겸손하게, 그리고 열심히 내 본연의 모습대로 일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얻었던 것 같다"면서, "선수들 역시 내가 나를 내세우기보다 그들을 돕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센스는 "나는 단지 10분 정도 훈련장에 나와 선수들과 함께하는 '연구실의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교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