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지나친 향수가 사람들이 현대 축구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고 있을까?

2010년 월드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자블라니 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대회를 김빠지게 만든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 공은 그전이나 그후의 어떤 공보다도 패널 수가 적은 독특한 구조로 제작되었는데, 그 때문에 항력이 부족해 공이 제대로 감속하지 않았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대회 공에 대해 골키퍼들이 불평하는 것은 언제나 있던 일이었지만 2010년에는 필드 플레이어들조차 경악할 정도였다.
"이 공 때문에 경기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사라졌어요." 잉글랜드 미드필더 조 콜이 불평했다. 브라질의 호비뉴도 동의했다. "이 공을 디자인한 사람은 축구를 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죠."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자블라니'라는 이름이 언급되면 대체로 긍정적이고 친근한 뉘앙스로 회자된다. 지난 시즌 화제가 된 한 트윗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 세계 모든 리그는 시즌 중 무작위한 한 주에 반드시 자블라니를 써야 한다. 그럼 매 경기가 혼돈이 될 것이고, 어디서든 골이 터질 거다."
하지만 자블라니가 실제로 제공했던 건 사실 그 정반대였다. 혼돈을 만들어내기는커녕 역대 월드컵 중 두 번째로 낮은 경기당 득점률을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가장 낮았던 건 1990년 대회로 너무 지루해서 결국 축구를 개혁하기 위해 백패스 룰이 도입됐다). 우승팀 스페인은 날아다니는 공을 땅에 붙여두면서 승리했지만 7경기에서 고작 8골을 넣는 데 그쳤다. '어디서든 골이 터졌다'는 말도 사실과 달랐다. 2010년 대회의 박스 밖 득점은 26골로 2006년 월드컵과 똑같은 수치였다.
물론 그건 단순히 가벼운 농담 섞인 트윗이었지만,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글들은 여럿 있었다. 자블라니를 두고 "관중들에게는 축복이었다", "역대 최고의 공이었다", 심지어는 "GOAT 볼"이라는 식으로 묘사하는 글들도 있었지만,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평가와는 완전히 정반대다.
이런 태도의 전환이 일어난 건 사람들이 축구공에서 원하는 바를 재고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지난 15년 동안 팬들이 늘 같은 세 골만 반복해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전에서 지오반니 판 브롱크호르스트가 터뜨린 환상적인 중거리 골, 덴마크전 혼다 케이스케의 휘어 들어가는 궤적의 프리킥, 그리고 디에고 포를란의 두 차례 프리킥 중 하나 말이다. 골이 들어갔을 때, 자블라니가 그려낸 기묘한 궤적은 확실히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끔찍한 슛, 빗나간 장거리 패스, 그리고 부부젤라 소리보다 더 밋밋했던 그 월드컵의 장면들은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
과거를 장밋빛으로 보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월드컵이 대체로 자신이 처음 경험한 월드컵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20대 중반일 법한 이들 사이에서 2010년 월드컵이 인기를 끄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구 미디어 그리고 더 넓게는 우리 사회 전반도 과거의 짧은 하이라이트 클립이 손쉽게 소비되는 환경이 현재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과거 미화(turbo-nostalgia) 시대에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해의 음악들(게다가 그 해가 가장 좋아하는 월드컵과 겹친다면 금상첨화다)이 왜 특별했는지 보여주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건 지금처럼 쉬운 때가 없다. 예전 같으면 여러 장의 레코드, 카세트, CD를 사거나 직접 녹음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포티파이에서 단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 게다가 사실 누군가 이미 다 만들어놨으니 그냥 클릭 한 번이면 된다. 하지만 그다음에 '최신 인기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눌러보면, 당연히 예전만큼 좋게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당신은 한 주의 우연한 곡들을 '인생 최고의 음악의 해'와 비교하고 있는 셈이니까.
축구에서 이런 현상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선수 개인을 비교할 때다. 떠오르는 유망주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는 누구냐"라고 물으면 가장 흔히 나오는 대답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호나우두와 지네딘 지단을 꼽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 선수들은 이들의 은퇴 이 후에 태어났음에도 말이다. 유튜브 시대에는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게 엘링 홀란드를 보는 것만큼 손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만 보자면 평생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들만 뽑아 모은 것이니 당연히 더 화려해 보인다.
호나우두와 지단은, 이를테면 콤포스텔라전 골이나 레버쿠젠을 상대로 터뜨린 챔피언스리그 결승 결승골 같은 순간들, 그리고 수많은 편집 영상들 덕분에 지나치게 신격화가 되었다. 이 때문에 정작 그들의 커리어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군가 호나우두는 유럽에서 리그 우승이 고작 한 번뿐이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점이라든가, 지단은 1998년 월드컵 우승 이후 유로 2000 전까지 18개월간 자신감을 잃고 처참히 부진한 시기를 보낸 것과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 모두 그가 떠난 뒤에 오히려 더 좋아졌던 것을 지적한다면 사람들은 마치 당신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듯 반응한다. 하지만 이같이 향수가 섞인 너그러운 잣대를 지금의 킬리안 음바페에게 적용해 평가한다면, 그것은 단지 현재 선수에게 들이대는 엄격한 기준을 과거 선수들에게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지 웨아가 1996년 AC 밀란 소속으로 베로나를 상대로 터뜨린 골은 정말 멋졌고, 그 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도 맞다. 그러나 그는 그 해 단 7골만 기록했다. 해설자들이 늘 "오늘날 에버튼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하는 그 무시무시한 던컨 퍼거슨도 강력한 헤더로 많은 골을 넣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 넘게 뛰며 기록한 한 시즌 최다 득점은 11골에 불과하다. 이는 2024-25 시즌 에버튼에서 베투가 기록한 10골보다 단 한 골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관련 회고성 보도는 — 특히 1990년대 관련 — 거의 맹목적으로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
"프리미어리그나 다른 상위 리그 경기를 보면, 너무 로봇 같아요."라고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잠시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로 활약했고, 현재는 리그원 반슬리에 있는 데이비드 맥골드릭이 말했다. "내 시절에는 호나우지뉴, 폴 개스코인 같은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 두 선수의 커리어는 거의 겹치지가 않았다. 전성기 시기는 15년 정도나 차이가 났고 당시에도 특별한 사례로 여겨졌다. 그리고 현재 시대에도 라민 야말과 같은 뛰어난 선수는 존재한다.
현재 축구 팬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단순히 중년층이 흔히 느끼는 향수만은 아니다. 미국 작가 존 코니그가 말한 바 있는 anemoia — 즉,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않은 시절에 대한 거짓 향수 — 수준으로 강렬하다. 십대들조차 '현대 축구는 망했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알던 축구는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현대 축구가 실제로 형편없어서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고, 경기가 정말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여전히 축구에 빠져있고, 따라서 론 앳킨슨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별로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고, 전혀 논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단, 지금 이 순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경기 자체의 즐거움을 해치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유로 2024에 대한 반응은 이상했다 — 충분히 훌륭한 경기들을 보여주었고, 10년 넘게 최고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완전히 괜찮은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The Spectator지는 “왜 유로 2024는 이렇게 지루한가?”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전 스카이 스포츠 진행자 리처드 키스는 "오랜만에 본 최악의 대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명히 지리적 문제, 코로나19, 인상적인 팀들의 부재로 훼손된 유로 2020과, 전혀 흥행하지 못한 유로 2016보다는 나았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아마도 평범하게 진행된 120분 경기를 보는 경험을 사실은 별로 재미없었던 대회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만 부각한 유튜브 영상과 비교하고 있던 것이다.
축구 외로 보면 이것은 더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갖는다. 작년 YouGov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로 사람들이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70세 이상은 일반적으로 1960년대를 꼽았고, 60대는 1970년대를, 50대는 1980년대를,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만 보면 재밌지만 놀랍지는 않다 — 누구나 젊었을 때를 즐겼다. 더 흥미로운 부차적 이야기는 20대 사람들이 이전 세대보다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로 꼽는 경향이 더 높다는 것이며 이는 분명히 현재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는 결과를 낳는다.
비교적 '축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분위기는 대부분 무해하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새 프리미어리그 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기술적·전술적 경기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지난 몇 시즌 동안 경기당 득점률은 믿기 힘들 정도로 높았으며, 관중 수는 기록적인 수준에 달했고,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그냥 지금을 즐기자. 2040년쯤엔 어떤 사람들은 이 시즌을 GOAT 시즌으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 설사 이 시즌이 자블라니만큼 형편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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