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나라] '아이돌' 지운 설현, '배우'로는 여전히 물음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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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그룹 에이오에이(AOA) 출신 설현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워가고 있다. 하지만 ‘배우 김설현’이란 이름 앞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설현의 첫 전성기는 10여년 전이었다. ‘섹시 콘셉트’를 주로 하는 걸그룹 멤버 중에서도 독보적 인기를 구가하며 최정상급 연예인만 설 수 있던 통신사 모델 자리를 꿰찼다. 당시 매장마다 비치된 설현의 등신대가 도난당하는 해프닝이 잇따르며 ‘설현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활동 이력도 화려했다. AOA로 ‘짧은 치마’ ‘사뿐사뿐’ 등을 히트시켰고,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가에서도 잦은 러브콜을 받았다.
데뷔 4년차부터 연기 활동을 병행하며 ‘연기돌’ 타이틀도 일찍 얻었다.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시작으로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 ‘나의 나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조명가게’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아이돌 출신 중에서도 꾸준한 행보였다.
이런 경험은 팀 내 불화설 등을 이유로 AOA 활동이 마무리된 뒤, 새로운 노선을 정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는 전업 배우로 변신했다.
하지만 ‘배우 김설현’을 향한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그의 연기를 놓고 “안정적이지만 깊이는 부족하다”라는 평이 반복되고 있다. 연기 11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스크린 속 설현은 완성형 배우라기 보다는 성장형 배우로 평가된다.
설현의 행보는 한때 후배 걸그룹 멤버들의 이상으로 꼽혔다. 음악, 연기, 예능, 모델링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활동의 2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성과 연기력의 균형, 브랜드 이미지와 작품 몰입도의 충돌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광고 속 섹시 스타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집중도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29일 더프레젠트컴퍼니와의 전속계약 소식을 알리며 새 회사는 자료 전반에 걸쳐 ‘김설현 배우’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AOA’ ‘가수’ ‘아이돌 출신’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부정적 인식을 의식,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설현이 지워야 할 것은 ‘AOA의 설현’이나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아니다. 배우로서의 생존력을 키울 수 있는 자신만의 색과 이를 뒷받침할 연기적 설득력이다. 화려했던 스타의 그림자를 딛고 ‘배우 김설현’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현재 설현은 송혜교, 공유, 차승원, 이하늬 등과 함께 노희경 작가와 이윤정 감독이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가제)를 촬영 중이다. 선 굵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배우 김설현’의 존재감을 얼마나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