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나라] 로제·캣츠아이·케데헌까지…그래미가 달라졌어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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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전

그래미 어워즈가 달라졌다. 유독 진입의 문턱이 높았던 이 시상식이 올해는 K팝 아티스트와 관련 작품을 대거 주요 부문 후보에 올렸다. 비(非)영미권 음악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온 그래미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번 노미네이트는 이례적이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후보 명단에 따르면,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가 K팝 사상 처음으로 그래미 본상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제너럴 필즈는 그래미 본상에 해당하는 주요상으로, '레코드 오브 디 이어', '앨범 오브 디 이어', '송 오브 디 이어', '베스트 뉴 아티스트' 총 4개 부문이다. 이 중 무려 3개 부문에 K팝 아티스트와 관련 작품이 이름을 올리며 그래미 역사상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명실상부 월드와이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도 넘지 못했던 벽이다.
로제는 '아파트(APT.)'로 제너럴 필즈인 '송 오브 더 이어', '레코드 오브 더 이어'에 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까지 총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은 제너럴 필즈인 '송 오브 더 이어'를 비롯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 등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캣츠아이는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두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미 어워즈는 1959년 창설 이후 음악성 중심의 평가를 고수해 왔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가 차트 성적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대중 투표를 기준으로 삼는 데 비해 그래미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비영미권 음악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방탄소년단이 3년 연속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이르지 못했던 것도 그 단면이었다.
그러나 올해 그래미는 로제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캣츠아이를 주요 부문 후보에 올리며 보수적 체제에 균열을 냈다. 이는 그래미가 음악 산업의 변화와 글로벌 흐름을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K팝이 세계 대중음악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래미가 선택한 이번 K팝 노미네이트의 공통점은 다양성과 대중성이다. 로제의 '아파트'는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 속에 K팝 특유의 감정선을 담았고, '골든'은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다. 캣츠아이는 K팝식 트레이닝과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미국의 팝 감성과 현지 음악 시장의 무드를 결합한 새로운 글로벌 걸그룹 모델을 제시했다. 가요 관계자는 이번 변화를 "그래미가 다양성과 글로벌 감수성을 받아들였다는 신호"로 분석했다.
그래미 어워즈는 여전히 미국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의 후보 발표는 분명한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진입조차 쉽지 않았던 무대에서 K팝이 주요 본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이미 수상에 버금가는 상징적 행보다.
음악계의 시선은 이제 내년 2월 1일 열리는 본 시상식으로 향한다. 로제, 캣츠아이,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수상으로 높은 문턱을 완전히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