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게임3’에서 단연 빛난 배우는 임시완, 노재원이다. 임시완은 섬세하게 변해가는 인물의 연기를, 노재원은 빌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명기(임시완 분)는 시즌2에서 책임감이 없던 인물이었다. 코인 투자 방송을 하다 잘못된 정보로 자신은 물론 구독자들까지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든 유튜버였다. 임신한 여자친구 준희(조유리 분)도 거액을 잃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액수에 잠수를 택했다.

시즌3에선 달랐다. 준희의 아기가 자신의 아기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시즌2에서 그저 그런 참가자 중 하나에 불과했던 명기와 대조되는 연기로 확실한 구분점을 보여줬다. 임시완은 명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시즌2에서 명기를 선인과 악인 경계에 놓인 인물로 연기하면서 시즌3에서 선인으로 성장해 가는 연기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냈다.

마지막 스테이지 연기 또한 신들린 에너지를 선보였다. 기훈(이정재 분)과 핏빛 어린 연기 대결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미생’(2014)의 장그레 이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남규(노재원 분)는 시즌3에서 죄책감 없이 참가자를 살해하는 인물 중 하나다. 명기가 양심을 회복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반해 남규는 마약 복용으로 인해 이런 도덕적 관념을 상실한 상태다. 오히려 참가자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쪽에 가깝다. 이는 타노스(최승현 분)가 명기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생긴 공백을 남규가 메우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노재원의 연기는 칼을 들고 골목을 헤맬 때 더욱 빛이 났다. 맹수가 먹잇감을 쫓을 때 나타나는 희번덕거리는 눈빛과 약에 취해 이성을 상실한 표정이 교차하면서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명기가 참가자를 제거한 뒤 피에 물든 칼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데 반해 남규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 “죽을 때 사람 눈빛이 쓱하고 사라진다”며 찰나의 순간을 대사로 묘사한다. ‘오징어게임’이 가진 잔혹성을 이번 시즌에서 가장 잘 드러나게 한 캐릭터로 손꼽을 만하다.

노재원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건 넓은 연기폭 덕분이다. ‘살인자ㅇ난감’(2023)에서 리벤지 포르노에 희생된 여성을 농락하는 지질한 연기에서부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2024)에서 독특한 대사 톤과 발성으로 해맑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경찰 역까지 소화했다. 이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시청자에게까지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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