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나라] 유해진·박지훈·유지태... 장항준이 재해석한 '왕과 사는 남자'의 매력
관리자
0
225 -
01.22 17:06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에서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의 이야기를 그렸다.
단 두 줄에서 출발한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건에 주목한 이유를 두고 장항준 감독은 "실현되지 못한 정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주목했다. 성공하면 박수받고 실현되지 못하면 잊혀야 하는가. 단종과 엄흥도라는 충신을 기억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상력을 가미한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 준비 전부터 역사 교수에게 단종의 죽음을 자문받았다. 수많은 가설 중에서 무엇을 취할지 고민했다. '엄흥도가 슬퍼하며 단종의 시체를 건지고 슬퍼하며 숨어 살았다'는 실록의 짧은 두 줄에서 착안했다. 행간의 기록에 상상력을 가미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의 감정연기가 서사의 큰 축을 담당한다. 유배지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우정과 연민이 오랜 여운을 부여한다.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과 이홍위 역의 박지훈을 캐스팅한 결정적인 이유를 두고 장항준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유해진을 상상하며 썼다.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정이 많은 촌장 엄흥도를 강조하려 했다. 캐스팅 제안도 흔쾌히 승낙해 주었고, 시나리오 보다 더 큰 생명력을 넣어 주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훈 캐스팅을 두고 "주변에서 <약한영웅>을 추천해 주었는데 단종 역에 어울렸다. 그때는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없을 때였는데 캐스팅 후 글로벌 스타가 되어서 기분 좋다. 둘의 앙상블이 뛰어나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면서 "여러 날 합숙하다시피 촬영했었는데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눈에 보였다. 둘이 마음을 열고 연기해 주니 연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라고 했다.
박지훈은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이후 섬세한 감정연기로 전 세계적 팬덤을 형성했다. 아역부터 꾸준히 연기했지만 첫 상업영화 주연 도전작에서 비운의 왕 단종을 맡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유배지에 매화(전미도)와 오게 된 기분에 몰입하려고 했다. 오히려 슬픈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진 선배님께 계획적으로 다가가지는 않으려 했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쌓아 올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봤다.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아버지를 마주하는 슬픔과 그리움의 감정이 생겨났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매체 속 한명회의 이미지가 분명했다. 대부분 하이톤의 목소리와 왜소하며 걸음걸이도 독특한 괴짜처럼 다뤄졌다"라며 "사료에서는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수려해 모두가 우러러봤고, 무예에도 출중했다는 기록을 봤다. 현 이미지는 간신으로 규정되어 부관참시 후 기록된 형태라고 생각했다. 최고의 권력자였고, 세조를 왕에 앉힌 인물이 가볍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해 새로운 한명회에 도전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척추 같은 악역, 기존의 한명회와 다른 힘 있는 한명회를 그리려 했다. 한명회는 마을 사람들과 동떨어진 인물이라 직관적인 연기 톤을 유지했다"라며 "한명회는 잘못된 신념일지라도 정의라고 생각하는 자라고 생각했다. 악역의 기능만을 갖지 않기 위해 인물의 층위를 내심 고려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스타로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한 전미도는 이 작품으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 이홍위의 유모이자 친구 같은 궁녀 매화로 분해 세심한 표정으로 말하며 20년 차 베테랑 배우의 내공을 펼쳤다.